배우들은 작품 속 케릭터에 몰입한 연기를 펼치면 ‘배우 누구’가 아닌 ‘작품 배역’을 먼저 떠올린다는 찬사를 받는데요.
심지어 너무 몰입한 나머지 한동안 맡은 배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라고 하죠.

한동안 학폭 피해자의 복수를 담은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박연진 역’을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임지연은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죠.
당시 방송에서 그녀는 한동안 ‘박연진’으로 살았다며 배우로서 열정과 나름의 고충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그만큼 ‘그 배역’에 몰입하여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것이죠.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소름 돋는 학폭 연기를 펼친 여배우가 과거 실제 ‘학폭’ 가해자라는 폭로가 터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킨 사람은 바로 ‘더 글로리’에서 ‘이사라 역’을 연기한 배우 ‘김히어라’입니다.
극 중 ‘이사라’는 ‘박연진’과 함께 ‘문동은 역’을 연기한 송혜교를 학창 시절 끔찍하게 괴롭혀 지옥을 선물한 가해자 중 한 명이었죠.
1989년생인 배우 김히어라는 2009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하였는데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높인 배우입니다.
얼마 전 배우 김히어라가 중학생 시절 소위 말하는 일진 ‘빅상지’의 멤버였고 끔찍한 학폭을 저지른 가해자라며 학폭 논란이 터졌습니다.

이번 학폭 사건은 중학교 동창생인 피해자 A 씨의 제보로 ‘디스패치’를 통해 시작되었는데요.
배우 김히어라가 원주 소재의 상지여자중학교의 일진 모임인 ‘빅상지’의 멤버였고 폭행과 금품 갈취 일명 ‘삥 뜯기’까지 했다는 폭로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A 씨는 ‘김히어라에게 돈을 주려고 절도를 했다’라며 학교 교무실에서 진술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자 일파만파 커졌는데요.
최초 언론 보도가 나가고 갑자기 제보자 A 씨의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자신이 피해자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도 오히려 다른 피해자로 지목된 H 씨가 가해자라고 얘기한 것이죠.

마침 김히어라 동창생들의 옹호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일진은 맞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는 ‘착한 일진(?)’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후 김히어라는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무리의 소속이었을 뿐 직접적인 폭언이나 폭행 가담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소속사 입장문과 개인 SNS를 통해 ‘학폭 논란’에 대해 ‘거짓 없이 나아가겠습니다’라고 해명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폭로 초기에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퍼지다 보니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주변 연예계 동료로부터 응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시작은 지금부터인데요. 학폭 피해자 중 한 명인 H 씨와 김히어라의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됐던 지난 5월, 김히어라는 학폭 관련 인물 여러 명을 만났다고 하는데요.
최초 제보자이자 피해자인 A 씨부터 B, C, D 등과 만나 사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여러 명이 더 있었고 그중에 H 씨와 통화 녹음이 공개된 것이죠.
공개된 녹취록에선 H 씨는 김히어라에게 ‘미안할 게 뭐가 있니. 사실인데. 기다렸다. 이 순간을’이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H 씨는 김히어라에게 당시 자신이 가장 많이 맞았다고 전했는데요. 김히어라 역시 이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김히어라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네가 제보를 하면 너희 신상도 털려’라고 얘기했는데요.
피해자 H 씨는 김히어라의 말에 ‘우리는 피해자고 너는 가해자인데, 그게 왜?’라며 맞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H 씨가 침묵 끝에 분노한 이유는 김히어라의 입장문 때문이었는데요.

학폭 논란이 터지자 ‘절대로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괴롭히거나 폭언 및 폭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라며 당당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일진 무리에 속하긴 했지만 스스로 ‘방관자’라고 시인한 것인데요. 그러면서도 오해를 풀었기 때문에 모든 일들이 해결되었다고 입장문을 낸 것이었죠.
녹취록에서 H 씨는 그녀에게 ‘내가 너 학폭 터질 줄 알았거든. 너 방관자 아니잖아’라며 당시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얘기했습니다.
H 씨는 ‘내가 일을 보러 가고 있었어. 너는 XX년아 빨리 안 오면 F랑 G 때려버린다고 했지. 난 그때를 기억해’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비 오는 날, OO중학교 골목으로 기억해. 그날 F를 코피 날 때까지 때렸지?’라며 분노를 이어갔습니다.
대화 마지막에는 언제라도 만날 기회를 주면 사과할 기회를 달라는 김히어라에게 ‘너에게 사과 따윈 듣고 싶지 않아’라며 마무리했습니다.
녹음된 통화 속에 H 씨는 지난 20년 동안, 김히어라를 잊어본 적 없는 듯 당시 상처와 아픔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이라는 극 중 ‘문동은’의 대사가 떠오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