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원짜리는 대장’ ’25만 원짜리는 찌질이’. 10년 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노스페이스 계급도’ 내용 중 일부이죠.

전국 중고등학생의 교복이나 다름없었던 노스페이스 패딩 제품을 가격별로 서열화해 정리한 계급도는 당시 화제가 되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트를 통해 계급도가 확산되자 네티즌들은 ‘부모 등골 빼먹는 줄 모르고 서열을 나누는 게 한심하다’ ‘다 비싼 제품인데 굳이 계급을 나눠 갈등을 조장하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바 있었습니다.
노스페이스 이후 사라진 줄만 알았던 브랜드 계급도는 1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브랜드만 바꿔가며 등장하는데요.

이제는 지갑부터 시계, 가방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몰고 있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각종 명품 브랜드를 모아 다섯 단계로 서열화한 계급도가 공유되었습니다.
이는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의 판매량을 토대로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가 공개한 것인데요.

가장 하위 5단계에는 끌로에, 미우미우, 버버리, 살바토레 페레가모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4단계에는 델보, 로에베와 같이 생소한 브랜드부터 고야드, 발렌티노, 지방시, 프라다 등 이름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차지했죠.
3단계부터는 상당히 익숙한 브랜드들이 다수 보이는데요. 구찌, 루이비통, 모이나, 보테나 베네타, 생로랑, 셀린느, 펜디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찌는 지난 몇 년 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지난해 상반기 세계적인 패션 전문 리서치 기관 리스트가 선정한 세계 검색량 1위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상당히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명품 순위 3단계에 속해 있어 눈길을 모았죠.

2단계에는 ‘오픈런’ 유발자 샤넬과 디올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100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해당 브랜드들은 높은 수요와 잦은 가격 변동으로 국내 백화점 ‘오픈런’ 현상은 물론 ‘줄서기 알바’라는 신종 직업을 만들기도 했죠.

최정상인 1단계 ‘레전드’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에르메스가 차지했습니다.
에르메스는 독일 태생의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가 1837년 프랑스 파리에 고급 마구 제조 공방을 개업하면서 탄생하였죠.
200년 가까이 줄곧 독립 브랜드를 지켜왔으며, 루이비통 그룹이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매번 실패할 정도로 자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요.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가방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며, 가방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15~2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엑스트라 하이 엔드’레벨의 명품임에 확실한 것 같습니다.
최근 배우 고현정이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연기 도중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패대기쳐 화제를 모았는데요.
에르메스 켈리백은 1천500만 원에 달하는 에르메스 시그니처 백으로 실제 고현정의 개인 소장품이었다고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냈죠.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데요. 특히 켈리백은 에르메스의 다른 제품을 구매해 실적을 쌓은 뒤 몇 년을 더 대기해야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죠.
가방에 수백, 수천만 원에 호가하는 브랜드를 계급으로 분류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10·20대 사이에서 해당 계급도가 통용된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남성 지갑 계급도가 인터넷상에 떠돌며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아르바이트부터 사원, 과장, 차장, 부장, 그리고 그 이상까지 직급별로 사용하는 지갑을 브랜드와 가격에 따라 분류해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계급도에 따르면 ‘빈폴’ ‘폴스미스’ 등은 아르바이트생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대이고,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베네타’ 지갑은 부장급 이상의 직급이 돼야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설명했죠.

계급도 확산의 이유로 전문가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2030세대가 일종의 과시효과나 자기만족을 누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다만 계급도를 계급론에 빗대어 생각하거나 사회와 연결지어 받아들은 것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죠.
결국 이러한 콘텐츠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유머로 소화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