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을 지나다 보면 제과 명장, 기능장, 명인, 장인 등의 타이틀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은 드문데요. 사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제과·제빵 기술과 관련해 사용되는 호칭은 단 3가지뿐입니다. 바로 대한민국 명장, 제과 기능장, 제과·제빵 기능사이죠.
그럼에도 명인, 장인, 달인 등 유사 이름을 내건 빵집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제과·제빵 관련 대한민국 명장의 경우 전국에 14명밖에 없음에도 명인, 장인 등이 넘쳐나자 소비자들의 의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명장 칭호 남발해도 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는데요.
작성자는 “TV에 24살의 푸드카빙(음식 조각) 명장이 나오길래 ’24살이 어떻게 명장이지’ 감탄하면서 봤는데 국가공인이 아닌 자기들끼리 만든 협회에서 명장 칭호를 만든 거였더라”라고 글을 올렸죠.
이어 “옷 복장도 대한민국 명장회 비슷하게 만들었던데 아무런 문제 없는 건가?”라며 의문을 드러냈습니다.

실제 광명시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명장 이름을 내건 2곳의 대형 베이커리 가게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요.
시민들은 한 동네에 명장이 2명이나 있다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지만 이 두 가게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 곳은 대한민국이 인정한 14명의 명장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곳이지만, 나머지 한 곳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인정한 명장과는 상관이 없는 곳이죠.

이처럼 일부 제과 업체들이 명장 호칭을 남발하며 ‘명장’이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요. 제과업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일해 대한민국 명장에 오른 이들은 전통성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허무함을 토로하기도 했죠.
제과·제빵 기술과 관련된 호칭 중 대한민국 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에 의거해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거쳐 선발된 이들을 칭합니다.

규정에 따르면 업계 경력 15년 이상의,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 가운데서도 기술자들이 지위 향상에 큰 공헌을 미쳤다고 평가받은 이를 고용노동부에서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 선발하죠.
전국에 단 14명의 대한민국 명장만이 존재함에도 동네마다 명인, 장인들이 넘쳐나는 데는 일부 민간단체가 자체적인 기준 요건을 만들어 ‘그들만의 명장’을 모집하기 때문입니다.
제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사단법인이 명장 호칭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가입비,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챙긴 뒤 명장 칭호를 내주고 있는데요.

한 사단법인은 ‘아시아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술경영인들 100명의 맞춤 컨설팅으로 성공을 보장한다’ 등의 자체 홍보를 통해 명장 모집에 나섰죠.
이를 접하고 모인 이들은 평균 6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명장이라는 호칭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명장이라는 칭호를 내걸고 성업 중인 빵집들이 많은데요.
명장이 운영하지 않음에도 명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업체의 관계자는 “명장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법적으로도 확인해 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라고 답했죠.

결국 명장 남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여섯 글자를 사용하는 경우 말고는 법적으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죠.
대한민국 제과 명장 A 씨는 이 같은 상황에 씁쓸함을 토로했는데요. A 씨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려고 노력했고,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돈이면 명장이 되는 현실이 허무하다”라며 분노를 표했죠.

또 다른 제과 명장 B 씨도 “명장에 대한 법적 기준을 더 명확히 정립해 기존 명장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 판단에 혼선을 주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개인이나 사단법인 명의로 명장 칭호를 내어주는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에 나선 상황이죠.
명장이라는 호칭이 남용되며 어렵게 그 자리에 올라선 진짜 명장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혼란까지 가중시켰는데요.

무너진 공공성을 이제는 정부가 나서 정리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