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최고 외식 메뉴는 단연 돈가스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해주는 경양식 돈가스부터 일본식 돈가스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의 돈가스 사랑은 유명합니다.

SBS ‘골목식당’의 최고 수혜자로 꼽히는 ‘연돈’의 등장 이후 돈가스 순례성지는 유행이 되었는데요. 튀기면 거기서 거기라는 차별에 맞서 싸우며 맛있는 돈가스를 찾아 나서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죠.
아마 대부분의 돈가스 순례자들이 최고의 돈가스를 찾아 나서는 모험길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남산 돈가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산하면 돈가스, 돈가스하면 남산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정도로 남산은 돈가스의 성지가 되었죠.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소파로에는 돈가스 거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택시 기사님들이 자주 방문하는 기사식당들로 유명한 곳이었는데요.
언제부턴가 이곳에 남산 돈가스가 유명해지며 각자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며 서로 경쟁을 하고 있죠.
소파로 101번지에 위치한 원조 남산 돈가스집은 1992년부터 택시 기사들과 가족 손님들을 대상으로 돈가스 판매를 시작합니다.

성인 얼굴만 한 돈가스와 김치, 풋고추, 수프 등의 상차림으로 친근한 느낌까지 선사했는데요. 당시 택시 기사들은 “이곳의 돈가스를 먹으면 속이 든든해 지지치 않고 운전할 수 있어 자주 먹는다”라고 답하기도 했죠.
그곳에서 10년 넘게 운영하던 사장님은 현재 소파로 23으로 이사해 ‘남산 돈가스’라는 이름을 걸고 계속 영업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원조 돈가스집이 소파로 23으로 이사한 뒤 그 자리에 새로운 돈가스집이 생겨난 것인데요.

‘101번지 남산돈까스’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는 것뿐 아니라 전국 5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 정도로 성업 중이죠.
이에 지난해 5월 유튜버 빅페이스는 ‘101번지 남산돈까스’업체가 원조 돈가스집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서 원조 행세를 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빅페이스는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원래 운영 중이던 사장님이 쓰시던 간판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고, ‘Since 1992’라는 문구 또한 고스란히 남겨 뒀다”라 전했는데요.

원조 돈가스집 사장님 역시 “우리가 다 해놓은 것인데 건물주라는 걸 악용해 마치 최초의 집이라고 하면 안 된다”라며 억울함을 표했죠.
이에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Since 1992를 미처 삭제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또한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1997년부터 창업주와 친인척이 운영해왔고,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원조 돈가스집 사장이 매장을 위탁 운영하다가 스스로 계약을 해지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원조 돈가스집 사장님은 101번지 측의 영업 방해로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죠.
2021년 중순까지 문제의 간판을 사용하던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간판 논란이 불거진 후에야 디자인을 바꿨는데요.
이후에도 ‘남산 돈가스’ 원조 논란은 지속되었고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원조 돈가스집 사장님과 빅페이스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영상 금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무려 5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걸며 법정싸움을 이어나갑니다.

소송 중에도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자신들의 SNS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판결문 사진과 함께 ‘정의는 승리한다’ 등의 게시글을 남겨 당사자들을 당혹게 하였죠.
결국 지난해 10월 법원은 영상물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하며 페이스와 원조 돈가스 사장님의 손을 들어줍니다.
공개된 판결문에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101번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했음에도 음식점 간판, 홈페이지, 식기 등에 Since 1992란 문구를 기재해 소비자로 하여금 혼동할 여지를 줬다”라고 답했는데요.

이에 법원은 빅페이스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기각 판정을 내렸고 소송비용 모두 ‘101번지 남산 돈까스’가 부담하게 하였죠.
사실 남산에는 원조 돈가스집보다 먼저 돈가스를 판매하던 식당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진짜 최초로 돈가스를 판매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대인을 내쫓고 원래 자신들이 운영했던 것처럼 주장하는 그들의 태도가 문제일 텐데요.
‘원조’를 주장하며 정통성을 내세우는 것보다 ‘양심’을 바탕으로 장사하려는 마음이 먼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