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대한민국을 강타한 맛이 있는데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쓰촨 지방의 향신료인 마라를 이용한 음식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마라 열풍’을 확산시켰습니다.

마라는 저릴 마, 매울 랄을 써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뜻하죠.
주로 중국인 주요 거주 지역이나 중국 음식 전문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마라가 급격히 유행을 탄 것인데요.
중독성 있는 알싸한 매운맛을 앞세워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새로운 마라 제품들을 속속 출시했죠.

‘마세권(마라 음식점 인근)’ ‘마라위크(마라 요리를 먹는 주간)’ ‘혈중 마라농도(알코올 농도에 마라를 빗댄 말)’ 등의 신조어도 생겨날 정도로 마라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소스 형태의 마라는 다른 음식과도 쉽게 조합이 가능했는데요. ‘포기하지 마라탕면’ ‘마라고수 마라탕면’ 등 라면업계에도 마라를 입힌 제품들이 잇달아 등장했죠.
마라맛 과자도 인기를 끌었는데요. ‘도리토스 마라맛’은 출시 한 달 만에 50만 봉 이상 팔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젊은 층들 사이에 마라탕의 인기는 대단한데요.
혀가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을 먹으면 뇌에서 통증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엔도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 물질을 분비하죠.
이처럼 마라 음식을 먹음으로써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마라를 향한 젊은 층들의 충성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골목 상권 곳곳에 마라탕 전문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마라가 중국에서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고 전해져 놀라움을 자아냈죠.
중국에서도 양궈푸 마라탕, 양이런 마라탕, 장량 마라탕 등 마라를 이용한 많은 체인점이 있으며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등 사천 음식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마라탕은 특히 젊은이들이 즐겨 먹는 가장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베이징에서 인기가 높은데요.

대중적인 음식답게 길거리에서 파는 마라탕은 천 원, 식당에서 사 먹을 경우 배부를 만큼 담아도 3천 원 내외인 싼 가격을 자랑하죠.
일반적으로 500g에 8000원을 넘어서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500g에 17.8위안 약 3천 원가량의 비용이 듭니다.
같은 마라임에도 2~3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바로 마라를 접하는 태도의 차이이죠.

중국은 길거리나 동네 작은 식당에서 먹는 간식이나 분식의 형태로 마라탕을 여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반 식단에서 먹는 든든한 식사로 받아들이는데요.
또한 채소와 해산물, 고기 등 내용물을 많이 첨가하면서 원재료 값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한국만 오면 비싸지는 음식은 마라탕뿐만이 아닌데요.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양꼬치’ 또한 유난히 비싼 가격을 자랑합니다.

식당에서 구워 먹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양꼬치뿐 아니라 다양한 꼬치들을 길거리에서 판매하죠.
중국 길거리에서 양꼬치는 1개에 2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330원 정도로 10개에 3300원꼴인데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 꼬치당 1000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맛볼 수 있습니다.

마라탕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대만의 흑당 버블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흑당 버블티 대표 브랜드 타이거 슈거의 경우 대만 현지에선 55위안, 한화로 약 2200원인데요. 반면, 한국에선 4900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싼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중화권에서 팔리던 제품이 한국에 오면 당연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인데요.
식재료와 레시피 자체를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현지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로 들어오며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과 저렴함을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중화권 음식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죠.
대왕 카스테라, 망고 빙수, 흑당 버블티, 마라탕에 이어 또 중화권 음식이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