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심심치 않게 갑질 손님에 대한 기사를 접하는데요.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알바생 2000여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근무 중 갑질 경험’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알바생 75%가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알바생 5명 중 4명이 아르바이트 근무 중 갑질을 당한 셈이죠.

그런데 오히려 반대로 도저히 친절하게 대하기 힘든 ‘진상 알바’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손님들의 목소리도 높은데요.
백종원 대표는 SBS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싸가지없는 알바생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처음엔 친절했던 알바생들도 모난 고객들의 대응으로 마음에 생채기가 쌓이며 점차 불친절해진다는 내용이었죠.

방송에 출현했던 홍은동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 집 사장님이 가게에서 무뚝뚝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는데요.
백 대표는 “상처를 받아 그렇다”라며 “손님 입장에서 사장님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100명 중 1~2명씩 꼭 있다. 그걸 한 번 당하면 적극적으로 하기 싫어진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성격 안 좋다고 하는데 이 친구들도 마음을 다친 경험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죠.

옛말에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처럼 장사를 하다 보면 별의별 꼴을 다 보며 속이 썩어나간다는 말인데요.
결국 일하겠다고 서 있는 사람이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손님들에게 의도적으로 싸가지 없을리는 없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싸가지 없는 알바생이 발생하는 데는 역으로 그만큼 감정 소모가 많다는 말이 됩니다.
알바몬에서는 전국의 알바생들을 대상으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꼈던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실시 결과 ‘몸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라는 응답이 무려 72%로 결정적인 원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 편의점 알바생은 “반말은 기본이고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나쁜 걸 알바생에게 풀고 나가는 것 같다”라며 “어떨 땐 월급에 손님의 화풀이 비용까지 포함된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라고 토로했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친절하게 접객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바로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손님들을 대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라는데 공감이 가는데요.

반면 오히려 손님 입장일 때 알바생에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싸가지 없는 알바생’들에 대한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주문 전부터 뚱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거나 주문이 조금 늦을 경우 ‘빨리 좀 골라라’라는 표정으로 한숨까지 쉬는 알바생들도 있다는 것이죠.

한 네티즌은 할인 이벤트 등에 대해 질문했는데 알바생이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다시 천천히 물어보면 “아~그거 끝나서 안돼요”라고 성의 없는 대답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어르신 손님이 물어볼 경우 동료와 뒤에서 비웃는 알바생도 많다는 글에 다수의 네티즌이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진상 손님도 많고 알바생들이 힘든 건 알지만 그들이 힘들고 짜증 나는 것을 손님이 왜 받아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알바생의 눈치를 본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죠.
항상 이같이 ‘인성 실종’ 사례만 있는 것만은 아닌데요.

알바생의 고통을 알아주는 손님,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고객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을 주려는 알바생들의 미담도 종종 들려오죠.
몇 해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구 수성구의 한 빵집에서 일한다는 알바생의 사연이 올라와 많은 네티즌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욕설을 섞어가며 갑질을 하는 손님을 상대한 후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매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고등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초콜릿과 커피를 사와 힘내라는 쪽지와 함께 건네줬다는 것인데요.
작성자는 우느라 정신이 없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며 학생들을 다시 만난다면 밥을 꼭 사주고 싶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진상 손님이 있다면 착한 손님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은데요.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손님의 식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준 패스트푸드점 알바생의 이야기도 기사화되기도 했죠.
맥도날드 부평역점에서 일하던 이 청년은 장애인 손님의 주문을 받고 가까운 자리로 안내한 뒤, 직접 서빙하는 것은 물론 먹기 쉽게 포장지까지 벗겨주기도 했는데요.
손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도움을 주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만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갑질 피해 경험은 또 다른 갑질을 유발한다고 하는데요. 갑질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또다시 갑질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을 행하는 ‘갑질의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사실 진상이나 갑질 손님은 비율상으로 극소수일 텐데요. 결국 소수의 진상 손님이 많은 알바생들을 방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다수에 속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먼저 미소를 나눠준다면 작은 친절에도 크게 기뻐하는 착한 손님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