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노인정 되겠네” 몇 년 썩고 힘들게 들어갔는데 1년도 못 버티고 다 도망간다는 공무원 현재 상황

한때 대학교 중앙도서관 책상엔 ‘공무원 시험’ 기출문제집들이 즐비했었죠. 열의 여덟 아홉은 공시생이었는데요.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한창이던 2010년대 초반에는 원정 시험을 치르는 지방 수험생들을 위해 왕복 버스와 시험장 인근 리조트 숙박, 식사가 포함된 1박 2일 패키지 서비스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공무원 시험 당일엔 서울행 KTX 열차 시간이 앞당겨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러한 진풍경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는데요.

지난 2일 실시된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 대 1로 1992년 19 대 1 이후 30년 만의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안정적인 고용환경으로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며 100 대 1에 가까웠던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2030세대 인구 감소세가 본격화한데 더해 국가직 공무원에 대한 매력 자체도 하락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2011년 93 대 1까지 치솟았던 9급 공무원 시험 평균 경쟁률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경쟁률을 살펴보아도 2020년 37 대 1, 2021년 35 대 1에 이어 올해는 29 대 1까지 떨어지며 뚜렷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데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청년들은 일반 기업에 비해 적은 급여 수준, 폐쇄적인 조직 문화, 업무 과중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죠.

취업준비생인 A 씨는 “꿈이 없어서 안정적인 공무원을 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이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라며 공무원 임용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는데요.

이어 “또 최근 악성 민원인들도 꽤 있지 않나. 차라리 급여가 높거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사기업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시들해진 공무원의 인기는 결혼 시장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조사한 ‘2021년 이상적 배우자상’에서 이상적인 아내 직업으로 ‘공무원(40.2%)’을 제치고 ‘일반사무직(40.8%)’이 1위를 차지했죠.

근소한 차이이지만 확고부동한 1위였던 공무원이 2위로 밀려났다는 점이 충격을 주었는데요. 안정적인 공무원보다 대기업 사무직처럼 소득이 높은 직업이 이상적인 아내상으로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30대 남성 직장인은 “고를 수 있다면 전문직이나 중견기업 이상에 다니는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 결국 ‘여자 공무원이 결혼하기 좋다’라는 말은 애 키우며 다니기 좋은 직장이라는 건데, 딩크족을 원하는 만큼 둘이 많이 벌어 재밌게 쓰면서 살고 싶다”라며 변화된 분위기를 전하였죠.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공직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는데요.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젊은 공무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18~35세 공무원 가운데 5900명이 넘는 이들이 퇴직을 했는데요. 2017년 약 43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이죠.

특히 5년 이하 재직 중 퇴직자는 1만여 명에 가까워 전체 퇴직 공무원의 20%를 넘었는데요. 즉, 전체 퇴직 공무원 5명 중 1명은 5년도 채우지 못하고 공직을 떠나고 있으며 젊은 공무원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9급 공무원 B 씨는 “공무원이라고 일이 편한 게 아니다. 상사가 시키는 잡다한 업무는 물론이고, 각종 악질적인 민원까지 다 감당해야 한다. 이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에게 맞는 다른 직업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공무원 C 씨도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 이런 구시대적인 문화에 지쳐서 퇴사하는 직원들도 여럿 봤다”라며 경직된 공직 문화가 퇴사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고 꼬집었죠.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민원 갑질’은 공무원이라는 사명감만으로는 참아내기 어려운 일이 되었는데요.

게다가 2016년 입직자부터 연금 제도도 개편돼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춰지면서 공직생활을 오래 할 동기를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찾던 모습은 현재 2030세대들에게 잘 찾아볼 수 없죠. 안정적이면서 워라밸이 지켜지는 직장을 선호하는데요.

어렵게 취업했다 해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면 이를 참지 않고 이직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젊은 세대의 이러한 인식 변화로 장기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더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요즘 많은 기업들이 서열을 타파하고 성과 위주의 보상을 중시하는 가운데 공직 세계도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선 늦었지만 이제라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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