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짜 직업’이라고 하면 단연 의사, 판사, 변호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요.
그 중에서도 의사는 ‘의느님’이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사회적으로나 연봉에 있어서 대단한 직업이 아닐 수 없죠.
수많은 세월동안 선망받아온 직업인만큼 오히려 요즘은 의사가 과잉공급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할 정도인데요.
하지만 최근 연봉을 더 주겠다고 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병원이 있어서 사람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 병원에서 제시한 최대 연봉이 1억 4,500만원이라는 큰 금액임에도 인력난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렇게 놀라운 상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서울 시립병원이었습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소방재난본부, 보건소, 그리고 시립병원까지 공공병원에서 근무할 의사를 모집하는 하반기 정기 채용을 열었는데요.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일자리가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상황임에도 서울시 하반기 정기 채용은 인원미달 상태로 서류전형이 마감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채용은 최초가 아닌 재공고였기에 서울시에서는 난색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요.
1차 신청에서 지원자가 아예 없다시피 해 2차 공고를 냈음에도 상황은 변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의료기관에서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점이 굉장히 의아할 수밖에 없는데요.
알고보니 시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의사들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매력적인 근무지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민간 의료시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공병원의 역할이 강화되었는데요.
이로 인한 의료진의 부담이 크게 가중되면서 기피 현상이 심화된 것입니다.
게다가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은 연구 참여나 학회 활동에 있어서도 제약이 있다보니 이런 핸디캡이 근무지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치부해버리기에는 인력난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 서울시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인데요.
서초구 소재 어린이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의사 3명과 영상의학과의사 1명으로 총 4명을, 은평병원은 총 6명을 구인중이지만 빈자리를 단 하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다른 의료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2021년 기준으로 서울시 공공의료기관의 결원율은 12.6%에 달했습니다.
결국 오세훈 서울 시장이 연봉 인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음에도 그 결과는 시원치 않았죠.
서울시에서는 신규 채용의사 보수를 최대 40%까지 인상했는데요.
그 결과 전문의의 연봉은 1억 1,000만∼1억 4,500만원, 일반의의 연봉은 7,700만∼1억 200만원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여기에 성과급은 별도라고 하니 실질적으로 받는 보수는 제시된 연봉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죠.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민간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정신과의사의 평균 연봉은 1억 1,883만원, 이비인후과의사의 평균 연봉은 1억 3,934만원 선이었습니다.
이런 평균 연봉보다도 수백만원 높게 비용을 책정했음에도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에는 실패한 셈이죠.
결국 서울시 차원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는데요.
정부에서는 공중보건장학생과 공공임상교수제 확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사업은 10개 국립대병원이 150여 명의 공공임상교수를 선발해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하지만 150명 모집에 겨우 12명이 지원했다는 처참한 결과가 나타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한 방침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사를 양성하는 방식이 오히려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의사들의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죠.
어디를 가나 의느님이라고는 하지만 공공기관의 역할이 막중한 시기인만큼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데요.
부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구해내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