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숨은 공간이?” 건설사가 도면에 절대 표기 안하는 이유는요.
아파트 발코니는 확장 공사를 통해 거실, 침실,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죠.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나도 모르는 공간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바로 아파트의 숨어있는 공간인 피트(PIT) 이야기인데요.
업계에서는 ‘비트 공간’이라고 부르는 이 피트 공간은 건축설비 등을 설치 또는 통과하기 위해 설치된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설비 유지 보수 때 사용되고,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와 불길의 통로가 되므로 개인이 손을 대서는 안되는 공간인데요. 통신배선실(TPS), 전기배선실(EPS), 파이프실(PS) 등이 피트 공간에 해당되죠.

실제 피트 공간은 평면도 상에는 있지만 입구 없이 벽으로 마감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동일 공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정상인데요.
꼭대기 층부터 지하까지 피트 공간이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안전과 직결된 중요 설비를 통과시키기 위한 공간이어서 공용면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생활공간과 피트 공간을 구분하는 벽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내력벽이 아니라 벽돌이나 합판으로 세운 가벽이다 보니 손쉽게 허물고 개조가 가능한데요.
일부 인테리어 업주들은 ‘숨은 공간을 찾아준다’라며 피트 공간 확장 공사를 통해 10㎡ 남짓한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피트 확장 공사와 관련해 질문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아파트 단지마다 다르지만 약 25평 주택형의 경우 약 3평 정도의 피크 공간이 있어 입주자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확장 공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수요 때문에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은 더욱 피트 개조를 적극 홍보하고 온라인상에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개시하며 공사에 열을 올리는데요.
벽을 허물어야 해 위험이 높고 대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피트 공사는 환영받는 요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피트 공간은 아파트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와 불길 통로 역할을 하는 등 안전과 직결되어 있어 사적 용도로 개조하거나 고치는 행위는 불법이죠.
불법 확장 공사 사실이 적발되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것은 물론 원상 복구까지 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입주민들이 ‘안 쓰면 손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피트 공간을 드레스룸이나 창고 등으로 전용하는 일이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피트 공사를 시행하는 입주자들도 인테리어 업자들도 이미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각자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고 있죠.

실제로 2019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유니시티 아파트에서 피트 공간 확장 공사를 하던 인테리어 시공업자가 벽이 무너지면서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공용 공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인데 왜 단속이 잘되지 않을까 의문이 생기는데요.

바로 아파트 내부는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집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검사할 수 없어 이 점을 이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죠.
공사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유니시티의 경우에도 단속의 허접을 노려 불법 확장 공사가 성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고 이후 창원시가 CCTV 분석을 통해 자재 반입 여부를 확인하는 등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14세대에 대해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입주를 시작하면서 관련 안내문을 아파트 입구에 부착하고 주민들에게 주의 조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죠. 한평이라도 넓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누구나 한 번은 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세대 입주자는 물론,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되겠죠.
불법 개조를 막기 위해서는 피트 공간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노력은 물론 개조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엄중한 단속도 필요할 텐데요.

무엇보다 시공업자와 입주민 스스로가 이기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