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처음 서울에 온 지방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크게 놀라는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봉은사 때문인데요.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중심가에 왜 절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실제로 봉은사 인근에는 경기고와 코엑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GBC라는 대형 개발 호재까지 있어 소위 서울 노른자 땅에 절이 있는 셈인데요.

저렇게 비싼 땅에 왜 절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땅값이 어마어마할 텐데 왜 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사실 봉은사가 처음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곳이 서울의 노른자 땅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봉은사가 만들어 진건 서기 794년으로 그때만 해도 도심이 아닌 수도산 속에 위치해 있었을 텐데요.
이후 세월이 많이 흘러 서울이 개발되면서 확장돼 지역이 도심화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심지어 1900년대 중반까지도 봉은사 인근은 그냥 허허벌판이었다고 하니 신라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해당 지역의 가치는 거의 없었는데요.
본격적으로 가치가 올라가기 시작한 건 1953년 약 100만 명에 달했던 서울의 인구가 1960년대 두 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서울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사회 기본 인프라 시설이 굉장히 부족해 서울 대부분 지역이 슬럼가였을 정도인데요.
이에 따라 정부는 강남에 대규모 신규 시가지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1963년부터 서울시의 행정구역을 2배로 확대하게 되면서 현재와 같은 규모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강남과 봉은사가 서울에 편입이 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는데요. 그전까지만 해도 강남은 경기도 광주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1975년 강남구가 신설되면서 이때부터 봉은사는 업무지구인 강남에 위치한 도심 사찰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현재 봉은사 부지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현재 봉은사의 부지는 1만 8천 여평으로 원래는 훨씬 컸으나 박정희가 경기도 이전을 위해 해당 부지 절반을 확보하면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부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해도 현재 봉은사 부지의 가치는 무려 2조 5000억 원 넘는데요. 평당 1억 3936만 원으로 계산되었지만 이 시세도 2016년 기준이므로 현재는 적어도 3조는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청난 땅값을 자랑하지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는데요. 원래 봉은사의 땅은 20만 평이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인데요.
일부 부지는 경기고 이전을 이유로 정부에 빼앗겼으며 절반은 1970년대 조계종이 5억 3천만 원이라는 헐값에 넘기면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만약 지금까지 봉은사가 원래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인근의 코엑스를 비롯해 무역 센터, 아셉 타워 그리고 청담동과 삼성동 지역까지 해당됩니다.

여전히 서울의 핵심 지역에 자리 잡아 천년 넘게 이 땅을 지키고 있는 봉은사. 땅값이 2조가 넘는다고 하니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절이 아닌가 싶은데요.
곧 신년이 다가오니 한 번 방문해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