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000억! 프랑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온라인 쇼핑몰 기업 ‘스타일난다’를 인수하며 지불한 금액입니다.

세계 화장품 시장의 15% 이상을 점유한, 화장품 분야 세계 1위 기업 로레알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매입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죠.
입생로랑, 랑콤, 아르마니, 비오템, 키엘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 화장품들 또한 ‘로레알’에 속한 브랜드인데요.

이처럼 500여 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로레알이 한국 뷰티 브랜드를 품에 안은 건 스타일난다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놀라운 성공의 한 가운데에 김소희 전 대표가 우뚝 서 있죠. 김소희 전 대표는 1세대 인터넷 쇼핑몰 CEO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한 명인데요.

김 전 대표는 남대문 시장통 길가에 팔고 있는 티셔츠 한 장 조차도 조금만 특이하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옷을 좋아하던 소녀였습니다.
칠부바지가 유행하면 빨랫줄에 널려 있던 엄마의 바지를 걷어 만들어 입었을 만큼 옷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다고 하죠.
인터넷 쇼핑몰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2004년 대학을 막 졸업한 그녀는 비서로 근무하던 회사 생활을 접고 막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팔아보자 했던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가 팔던 잠옷을 오픈마켓 ‘옥션’에 올렸더니 순식간에 완판되는 것을 보고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시장에 눈을 뜨게 된 것인데요.
이후 동대문 시장에서 산 옷이 주위 사람들에게 호응이 좋자 옥션에 판매를 시도하였고 올리자마자 8만 원에 판매가 되죠.
여러 차례의 경험을 해본 후 보세 의류만 다루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서게 됩니다.

이후 2005년 옥션에서 독립해 인터넷 쇼핑몰 ‘스타일난다’ 오픈한 김 전 대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옷”보다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해서 판매하게 되죠.
직접 입어보지 못하는 온라인 판매의 단점을 상세한 상품 설명과 고객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 주는 맞춤 서비스로 오프라인 매장 못지않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소희 전 대표만의 스타일은 ‘난다스타일’로 불리며 충성도 높은 고객층, 일명 ‘난다언니들’을 끌어모으게 되죠.

이러한 인기는 국내 쇼핑몰 1위라는 타이틀은 물론 법인 ‘난다’ 설립에까지 이어졌고 연 매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세의류를 유통하는 한계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가 어려웠고 2011년 기준 300억 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기도 했죠.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2009년 코스메틱 사업에 뛰어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데요.
자신이 원하는 립스틱 색상을 찾기 위해 매장 50곳을 돌아다니고 제품 1개 당 10번 이상이 수정을 거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하죠.
2년여의 연구 끝에 출시한 화장품은 5일 만에 초도 물량 1만 개를 완판시키며 대히트를 칩니다.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3CE’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국내는 물론 중국 뷰티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옷보다 화장품이 더 잘 팔리는 상황이 되기도 하죠.
2012년 한류 열풍에 ‘난다’ 또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사업 초기부터 해외를 오가며 트렌드 분석에 힘썼던 김 전 대표의 해안 덕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특히 중국에서 위쳇페이와 알리페이 등 현지 시장에 맞는 정책 사용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에 난다는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이에 2012년 적자를 벗어난 스타일난다는 2015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인터넷 쇼핑몰계의 신화가 됩니다.

하지만 스타일난다의 급성장은 김소희 전 대표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결국 2016년 회사 매각을 타진하게 되는데요.
글로벌 사모펀드와 현대백화점의 제안이 있었으나 김 전 대표의 최종 결정은 바로 로레알 그룹이었죠.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찾던 로레알 그룹은 ‘난다’가 적합하다 생각하였고 김 전 대표의 법인 지분을 100% 매입하는 것으로 매각이 타결됩니다.

이로 김소희 전 대표는 6000억 원의 매각금과 함께 스타일난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회사에 남아 제품 개발에 힘쓸 수 있게 되죠.
말 그대로 현금 벼락을 맞은 김 전 대표는 연이어 10여 개의 부동산을 매입하며 부동산 큰손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요.
그녀는 이미 2008년부터 사무실로 사용하던 인천의 6층 건물과 2010년 매입한 마포구 서교동 건물, 2016년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일명 핑크 호텔과 성북구 본인 자택을 보유하고 있었죠.

여기에 지분 매각 후 2019년 종로구에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을 165억 원 전액 현금으로 매입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는데요.
같은 해 서울시가 문화재 자료로 지정한 한옥 고택을 이번에도 대출 없이 전액 현찰로 96억 6800만 원에 매입하기도 했죠.

김 전 대표의 부동산 쇼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듬해 1월 충무로 1가에 있는 지상 3층짜리 상가건물 매입으로 이어지는데요.
국내에서 17년째 가장 비싼 땅값으로 유명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건물로 역시 245억 원 전액을 현금 지불합니다.

그녀가 소유한 건물이 홍대, 가로수길, 명동, 혜화 등 서울 각 주요 거점에 위치해 있어 안정적인 임대 수익뿐 아니라 시세차익도 상당히 누리고 있죠.
이에 패션 사업을 비롯해 부동산 재테크에도 안목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주인이 바뀐 ‘난다’는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주 무대였던 중국과 색조화장품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2020년 스타일난다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4.8% 이상 감소한데 이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28%, 19% 감소하죠.
결국 ‘난다’는 유상감자를 실시해 1만 1천 주에 대한 감자대가로, 총 1326억 6231만 원을 로레알에 지급하게 됩니다.

로레알 측은 유상감자의 이유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떨어졌다는 판단 때문일 텐데요.
코로나19의 악재뿐만 아니라 스타일난다가 급변하는 패션 뷰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 연령층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스타일난다의 컨셉이 최근 트렌드인 ‘꾸안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김소희 전 대표는 ‘난다’를 완전히 떠나기로 결심하는데요. 지난 6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오늘부로 난다를 떠나다”라며 작별 인사를 게재하죠.
김 전 대표는 “먼 훗날 제 손자와 이거 할머니가 만든 브랜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글로벌한 경영을 부탁한다”라며 로레알에게 부탁의 말도 전했는데요.
이어 “이제 주부로서의 김소희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겠다”라는 새로운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회사를 떠났지만 스타일난다가 작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금의 글로벌 뷰티, 패션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김소희 전 대표의 끊임없는 열정과 애정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가족의 품에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시작한 새로운 인생도 멋진 길이 되길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