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박근혜 정부 시절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불량식품을 이른바 ‘4대악’이라 칭하며 뿌리뽑겠다고 나섰는데요.

폭력사범에 대한 강력한 응징은 당연한 처사지만 불량식품을 4대악이라고 부르는데 의아함을 자아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축산물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았고 중국산을 국내산이라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요.
중국산 홍삼 원액을 물엿과 물을 섞어 국내산으로 둔갑해 10년간 판매하던 일당이 검거되거나 수입산 쇠고기나 육우를 한우로 속여 학교에 납품한 업체가 구속되는 일이 빈번했죠.

결국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정·불량식품 근절에 나서며 단속에 나섭니다.
‘먹는 걸로 장난치면 천벌받는다’라는 옛 어른의 말처럼 단속에 적발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제품 불매라는 철퇴를 맞는데요.
그러나 불량식품을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결국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이어지며 선량한 기업의 피해도 잇따르게 되죠.

‘정형돈 돈가스’로 널리 알려진 ‘도니도니돈까스’도 한때 연 매출 230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불량식품’ 프레임이 씌워지며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까지 처하게 됩니다.
현대홈쇼핑은 당시 식품 관련 새로운 제품군을 모색하던 중 야미푸드와 함께 정형돈을 모델로 세운 ‘도니도니 돈까스’를 선보이는데요.
정형돈 또한 직접 투자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제품 개발 과정 전반에 참여하며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개발 과정 하나하나에 참여할 정도로 정성을 보였던 정형돈은 홈쇼핑 판매에도 직접 나서는데요.
2011년 6월 론칭 첫 방송에서 7000세트를 판매한데 이어 2회 방송만에 5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게 됩니다.
3차 방송은 판매 시작 14분 만에 매진되었고 15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출시 1년 만에 1000만 인분 판매라는 진기록을 세우죠.

남다른 인기에는 정형돈이 직접 출연한 홈쇼핑 방송 덕도 컸는데요. 그의 리얼한 시식 장면은 나도 모르게 주문전화를 걸었다는 소비자들이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도니도니 돈까스’의 선풍적인 인기는 정형돈의 인지도와 제품의 스토리텔링 외에도 제품의 질 또한 한몫을 하는데요.
기존의 냉동 돈가스보다 훨씬 두꺼운 고기와 바삭한 식감으로 제품의 질에 만족을 느껴 재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정형돈의 성실한 이미지와 인지도, 높은 제품의 질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도니도니 돈까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는데요.
2012년 매출 230억에 달한데 이어 연간 목표치를 500억 원으로 책정하고 상장회사로 거듭날 준비까지 하죠.
하지만 그 꿈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마는데요.

주재료인 등심의 함량 미달로 박근혜 정부의 불량식품 단속에 적발되며 별안간 ‘불량·부정식품’의 낙인이 찍혀버립니다.
당시 검찰은 도니도니돈까스 포장지에 돼지고기 함량을 72%라고 표시했지만 실제 표기보다 16%가량이 낮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이에 야미푸드 대표는 불구속기소됐고 ‘도니도니 돈까스’는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으며 결국 식탁에서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죠.

하지만 2017년 정권이 바뀐 후 사건의 이면이 밝혀지며 역대급 반전을 선사하는데요.
2013년 당시 불량식품 등 4대 악 척결을 외치던 정부가 유명인을 내세운 해당 제품을 표적수사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죠.
야미푸드 손희영 대표는 “검찰이 공장 조사 때 제품 표면에 붙어있는 빵가루와 반죽을 모두 떼고 고기를 손으로 짜는 비과학적 방식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때문에 고기 내 육즙도 빠지며 고기 양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된 것”라고 주장했는데요.

당시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기에 함유된 수분을 제외하지 않고 중량을 표시한 것이 잘못이라고 단속한 점에 억울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정형돈 역시 “억울함을 토로할 것도 없이 그냥 너희가 잘못했다고 몰아가는 식이었다. 매우 겁이 났고 괜한 말로 오해를 살까 숨게 됐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죠.

절대 불량식품으로 낙인찍힐만한 제품이 아니라며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정형돈은 다시 한번 ‘도니도니 돈까스’를 재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2018년 리부트한 돈가스는 제품의 질을 더욱 보완해서 예전 이름 그대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온라인 선런칭 라이브방송에서 정형돈은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사건 이후 법률이 재정비되었고, 해당 기준에 맞춰 열심히 만들었다”라며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하죠.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까지 오르며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는데요.
제품의 구성 또한 1인 가구에 맞춰 적절한 양과 가격을 책정하며 홈쇼핑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게 되죠.
다른 무엇보다 식품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와 명확한 규정이 확립돼야 하는 것이 맞는데요. 하지만 권력의 말 한마디에 휘둘린 마구잡이식 수사는 결국 민생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요.